임지연이 사약을 들이켰다.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고 화면이 꺼졌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캇트! 오케이"가 들렸다. 조선이 아니라 2026년 사극 촬영장이었다. 이 55초짜리 티저 하나가 공개 반나절 만에 조회수 20만을 찍었고, 댓글 200개가 넘게 달렸다. 8일 밤 첫 방송이 나가자 온라인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했다. 시청률 5.4%. 숫자만 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근데 이 드라마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시청률이 아니었다. 왜 하필 악녀였어야 했나 "착한 여자는 죽어서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한태섭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꺼낸 말이다. 기획 단계부터 들어가 있던 문장이라고 했다. 이 한 줄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한다. 강단심은 뒷배 하나 없이 정1품 희빈 자리까지 올라간 여자다. 미모가 상감의 눈을 가린다, 뱀보다 요사스런 혀로 조정을 능멸한다, 온갖 오명이 붙었다. 사약을 받고 죽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2026년이고, 자기가 역사 속에서 '희대의 악녀'로 기록돼 있었다. 여기서 핵심이 뭐냐면, 단순한 타임슬립이 아니라는 거다. 300년 동안 자기 이름에 붙은 오명을 직접 마주한다. 박물관에 걸린 자기 초상화 앞에서 충격받는 장면이 1화에 나온다. 그런데 주저앉지 않고 "살았어, 살아남았어"라고 중얼거린다. 이 대사 하나에 사람들이 과몰입했다. 억울하게 죽은 여자가 다시 살아나서 자기 이름을 되찾겠다는 이야기. 단순 로맨스가 아니라 복권 서사에 가깝다. 임지연은 왜 이 역할을 골랐나 임지연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더 글로리의 박연진. 학폭 가해자를 연기했고,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손꼽히는 악녀 캐릭터로 남았다. 밉지만 눈을 뗄 수 없었다. 근데 본인 입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두운 장르물을 많이 할 때 밝고, 발랄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 대본을 만났다." 코미디에 푹 빠져 있던 시기에 멋진 신세계가 왔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