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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에 은퇴한 아이돌 라이관린 7년 만에 재회한 워너원


라이관린이 워너원고에서 7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16살에 데뷔해서 소속사한테 권리를 몰래 팔리고, 소송에서 이기고, 23살에 은퇴하고, 지금은 베이징 영화 제작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 

"천천히 나아가는 내 모습이 좋다"는 말이 계속 맴돈다. 보통 이 나이에 아직 뭘 할지 고민하는데 이 사람은 이미 한 바퀴를 돌았다. 

팔에 워너원 데뷔일 807을 새기고, 한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한국어를 잊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다.

16살에 국민 아이돌이 된 애가 왜 23살에 은퇴했나


2017년, 대만에서 온 16살짜리 애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다. 연습 기간 6개월. 한국어도 서툴렀다. "병아리 연습생"이라는 소개에 "뵹아리?"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근데 이 애가 프로듀스 101 시즌2 최종 7위로 워너원에 들어갔다. 데뷔하자마자 국민 아이돌이 됐다. 10대 시절 전부를 무대 위에서 보냈다.

워너원은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었고, 2019년 1월에 활동이 끝났다. 멤버들은 각자 흩어졌다. 


라이관린은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분쟁에 들어갔다. 미성년자였고, 외국인이었고, 혼자였다.

큐브가 라이관린 동의 없이 중국 내 매니지먼트 권한을 제3자에게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받고 몰래 양도한 거였다. 

서류에 날인된 도장마저 본인 동의 없이 찍힌 정황이 나왔다. 2021년 법원은 라이관린의 손을 들어줬다.

승소했지만 이미지는 깨졌다. 

한국 연예계에서 다시 서기엔 부담이 컸을 거다. 그래서 중국으로 건너갔고, 배우로 활동하다가 2024년 6월 웨이보에 글 하나를 올렸다. “심사숙고 끝에 코스를 바꾸겠다.” 23살, 연예계 은퇴 선언이었다.

은퇴한 아이돌은 지금 뭘 하고 있나


베이징의 한 영화 제작사에 다니고 있다. 대본 공부하고, 단편영화 작업한다. 본인 말로는 "월급쟁이"다.

5월 5일 방송된 엠넷 워너원고에서 하성운이 직접 베이징까지 날아가 라이관린을 만났다. 

7년 만의 재회였다. 짧게 깎은 머리에 편한 차림으로 나온 라이관린은 화려하던 아이돌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지금 중국 영화 제작사에 들어가서 회사 다니면서 대본에 대해 배우고 단편 영화를 주로 작업하고 있다. 지금 월급쟁이라 마음이 든든하다.”

이 말이 나오자 보는 사람들 반응이 묘했다. 수천만 원짜리 광고 찍던 아이돌이 월급 받으면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하니까. 근데 듣고 나면 이해가 된다.

“너무 빨리 가수가 된 그런 느낌 말고 내가 노력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내 모습이 좋다.”

16살에 오디션장에 서서 수백만 명의 투표로 데뷔한 사람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인기라는 파도에 올라타긴 했는데 그게 본인이 원한 속도가 아니었던 거다. 지금은 자기 발로 걷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감독? 말만 그런 거 아니냐

아니다. 이미 전력이 있다.

2021년 단편영화 "겨울과 봄의 싸움"을 연출했다. 이탈리아 로마 프리즈마 독립영화제에서 감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스무 살 때 일이다.

아이돌 출신이 감독상을 받았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근데 영화제 수상 이력은 거짓말을 못 한다. 실력이 없으면 독립영화제라도 상을 5개씩 주지 않는다.

지금은 그때보다 한 단계 뒤로 물러서 있다. 제작사에 소속돼서 대본부터 배우고 있다. 감독 한 번 했으니까 바로 다음 작품 찍는 게 아니라 기초부터 다시 쌓고 있는 거다. 이런 선택을 25살에 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무섭다.

한국어를 왜 아직도 잘하냐

하성운이 깜짝 놀랐다. 7년이나 지났는데 라이관린의 한국어가 워너원 때보다 더 유창했으니까. 외국에서 안 쓰면 보통 굳는다. 한국에 살지도 않는데 어떻게 유지한 건지 물었다.


“한국에 미련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

이 한마디가 방송 이후 가장 많이 돌아다닌 문장이다. 단순히 언어를 유지한 게 아니었다. 한국이라는 나라, 거기서 보낸 시간,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놓지 못해서 말까지 붙들고 있었던 거다.

베이징에 처음 왔을 때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었다고 했다. 

한식이 먹고 싶은데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혼자 한식을 해먹는 대만 사람. 그 그림 자체가 이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정이 들었는지를 보여준다.

팔에 새긴 807이 뭔데 멤버들이 울었나

라이관린이 팔을 걷었다. 타투가 빼곡했다. 그중 하나가 숫자 807이었다.


8월 7일. 워너원 데뷔일이다.

“살면서 축하받아야 하는 일, 개인적으로 기념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8월 7일이라고 말할 것 같다. 노력한 게 좋은 결과가 나온 날이니까.”

이걸 영상으로 본 멤버들이 울었다. 옹성우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살다 보니 관린이를 그렇게까지 생각 못했다. 잘 지내겠지, 중국에서 돈 많이 벌고 있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우리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

은퇴한 사람이 팔에 그 시절 날짜를 새긴다는 건, 그 시간을 지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연예계를 떠났지 기억까지 떠난 건 아니라는 뜻이다. 

멤버들이 운 건 감동이 아니라 미안함 때문이었다. 자기들은 잊고 살았는데 막내가 몸에 새기고 있었으니까.

워너원 재결합인데 왜 같이 안 나왔나

워너원이 2026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재결합했다. 엠넷에서 워너원고 백투베이스라는 리얼리티도 시작했다. 근데 11명 중 2명이 빠졌다. 강다니엘은 군 복무 중이고, 라이관린은 은퇴 상태다.

라이관린은 영상 편지를 남겼다.


“형들한테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나도 형들 너무 보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도 진짜 있다. 다만 다시 TV에 나오는 건 스스로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 나중에 사석에서 만나 이야기하자. 사랑합니다 형들.”

같이 하고 싶지만 못 하겠다. 이게 핵심이다.

과거 큐브와의 소송 과정에서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고, 한국에서 다시 방송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는 해석이 팬들 사이에서 나왔다. 

16살에 한국에 와서 아이돌이 됐는데, 소속사한테 권리를 몰래 팔린 경험을 한 사람이다. 그 트라우마가 쉽게 사라질 리가 없다.

근데 그러면서도 고량주를 선물로 보냈다. 멤버들이 자기를 그리워하면서 그 술을 마셨는데, 너무 독해서 난리가 났다. 

"라이관린이 우릴 죽이려고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웃기면서도 찡하다. 함께하진 못하지만 존재감은 남기고 싶었던 거다.

팬들한테 남긴 마지막 말

라이관린은 팬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 기억하시죠? 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까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억하시죠, 라는 질문이 좀 아프다. 본인이 잊혀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2년 가까이 대중 앞에 안 나왔으니까. 근데 워너원고 방송 이후 온라인 반응을 보면 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끔 뭐하고 사나 궁금했는데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한국에 미련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난다.” “영화감독으로 성공해서 멋진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어디에 있든 라이관린의 행복을 응원한다.”

하성운은 방송이 끝난 뒤 직접 글을 올렸다. “우리 관린이는 누구보다 워너원을 응원하고 지켜보고 사랑했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 사람의 선택이 남긴 것

16살에 아이돌이 되고, 소속사한테 배신당하고, 소송에서 이기고, 중국으로 건너가 배우를 하다가, 은퇴하고, 영화감독으로 방향을 틀고, 제작사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다. 이 모든 게 25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보통 사람은 25살에 아직 뭘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사람은 이미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돌아온 자리에서 "천천히 나아가는 내 모습이 좋다"고 말한다.

빨리 올라간 사람이 빨리 내려오는 건 흔한 일이다. 근데 내려온 뒤에 다시 걸어가는 사람은 드물다. 라이관린이 지금 하고 있는 건 그거다. 화려한 복귀가 아니라 조용한 재시작. 월급쟁이라는 말이 이렇게 멋있게 들린 적이 있었나 싶다.

팔에 807을 새긴 건, 그 시절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타투는 지워지지 않으니까.

Q&A

Q1. 라이관린은 왜 은퇴했나?

2024년 6월 웨이보를 통해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분쟁, 이미지 타격 등을 겪은 뒤 영화감독의 길을 택했다.

Q2. 라이관린은 지금 뭘 하고 있나?

베이징의 영화 제작사에 입사해 대본 공부와 단편영화 제작을 하고 있다. 본인 표현으로 "월급쟁이"다.

Q3. 라이관린 팔 타투 807의 의미는?

8월 7일, 워너원 데뷔일이다. "노력한 게 좋은 결과가 나온 날"이라며 몸에 새겼다.

Q4. 워너원 재결합에 라이관린은 왜 안 나왔나?

다시 방송에 나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영상 편지와 고량주 선물로 마음을 전했다.

Q5. 라이관린의 영화감독 경력은?

2021년 단편영화 "겨울과 봄의 싸움"으로 감독 데뷔, 로마 프리즈마 독립영화제에서 감독상 포함 5개 부문 수상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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