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는가
2026년 5월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 기념일 당일 오전 10시, 스타벅스코리아는 자사 앱과 홈페이지에서 텀블러 판매 행사를 시작했다.
행사 이름은 "탱크데이"였다. 홍보 페이지에는 날짜 "5/18"이 적혀 있었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함께 쓰였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는 군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시민을 진압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죽음을 숨기려고 한 말이다. 이 두 가지가 한 페이지에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비판이 퍼지자 스타벅스는 "탱크데이"를 "탱크텀블러데이"로, "책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고쳤다. 그래도 비판이 멈추지 않자 행사 자체를 중단했다.
같은 날 오후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이름으로 사과문이 나왔다. 같은 날 저녁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손정현 대표를 해임했다.
다음 날인 5월 19일, 정용진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냈고, 마케팅을 기획하고 승인한 총괄 책임자와 실무 부서장 전원을 해임하거나 경질했다.
이 행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15일부터 26일까지 "버디 위크"라는 이름의 연속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세 종류의 텀블러 시리즈를 사흘 간격으로 하나씩 집중 홍보하는 구조였다.
5월 15일은 “단테데이”(문구는 “한 손에 착”), 5월 18일은 “탱크데이”(문구는 “책상에 탁”), 5월 20일은 “나수데이”(문구는 “가방에 쏙”)였다.
"탱크"라는 이름은 텀블러 제품 이름에서 왔다. 스타벅스는 원통형 텀블러 시리즈에 "탱크"라는 이름을 오래전부터 붙여 왔고, 2026년 4월 15일에도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 기념 행사를 한 적이 있다.
제품 이름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 이름을 5월 18일이라는 날짜에 배치하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결합한 것이다.
회사 측의 설명을 의심해 본다
스타벅스코리아와 신세계그룹은 이번 일을 "내부 검수 과정의 실패"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5.18의 역사적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행사를 기획했고, 이를 걸러내야 할 승인 과정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몇 가지를 짚어야 한다.
첫째, 이 행사는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세 개의 텀블러 시리즈를 각각 다른 날짜에 배치하고, 날짜별로 다른 홍보 문구를 만든 시리즈 캠페인이다. 기획, 디자인, 문구 작성, 승인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5월 18일에 "탱크"라는 단어가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지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둘째,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는 별도로 만든 것이다.
단테데이에는 “한 손에 착”, 나수데이에는 "가방에 쏙"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각 제품의 특성에 맞춰 의성어 느낌의 짧은 문장을 일부러 만든 것이다. 탱크 텀블러의 특성을 표현하려면 "책상에 탁"이 아니라 다른 표현도 가능했다. 그런데 하필 5월 18일에 "탱크"와 "탁"이 함께 나왔다.
셋째, 4월 16일에도 “미니 탱크 데이” 행사를 했다는 사실이 있다.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미니"는 작은 크기의 텀블러를 뜻하는 것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두 번 연속으로 역사적 비극이 일어난 날짜에 비극을 연상시키는 행사를 한 것이 우연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다만 이 부분은 확인된 의도가 아니라 해석의 영역이다.
사람들의 관계와 이해관계로 본다
여기서 질문의 핵심인 "왜 만들었는가, 어떤 이유가 있는가"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살펴본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텀블러를 많이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관심은 매출 성과다. 스타벅스코리아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8억 원 줄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케팅 부서는 눈에 띄는 행사를 만들어 실적을 올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손정현 대표는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정용진 회장 아래에서 실적으로 평가받는 위치에 있다. 손 대표가 이 행사의 세부 문구까지 직접 확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표가 승인 구조의 최종 책임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그룹 전체를 이끄는 사람이다. 그는 2022년에 자신의 SNS에 "멸공"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에도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신세계 주가가 하루 만에 6.8% 떨어졌다. 이번에 그가 손 대표를 당일 해임하고 다음 날 직접 사과한 것은 빠르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스타벅스뿐 아니라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비판한 상황에서 행정적, 법적 조치 가능성도 있었다.
의도적이었는가, 실수였는가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각각을 의심해 본다.
의도적이었다면, 이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논란이 나면 관심이 집중되고 이름이 알려진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미 한국에서 가장 알려진 커피 브랜드다. 일부러 논란을 만들어서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크다. 불매운동, 주가 하락, 정치권 비판, 대표 해임까지 이어졌다. 어떤 마케팅 담당자도 자기 직장을 걸고 이런 논란을 일부러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알면서도 넘어간 것 아닌가"라는 의심은 남는다.
여러 사람이 기획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두 가지를 뜻할 수 있다. 하나는 조직 안에서 5.18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인식이 진짜로 낮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누군가 인식했지만 "굳이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기업 조직에서 아래 직원이 윗선이 이미 승인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마감이 정해진 캠페인에서 일정을 뒤집는 것은 부담이 크다.
결국 이 사건은 "의도적 도발"보다는 "조직적 둔감함"으로 보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하지만 "몰랐다"는 것 자체가 면책 사유는 되지 않는다. 모르는 것도 잘못이고, 모르는 사람만 모여 있는 구조를 만든 것도 잘못이다.
기업이 이래도 되는가
기업은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버는 조직이다.
마케팅은 더 많이 팔기 위한 행위다. 하지만 기업도 사회 안에서 활동하는 존재다. 한국 사회에서 5.18은 법으로 기념하는 날이고,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 사건이다.
그날의 상징인 "탱크"를 그날에 행사 이름으로 쓰는 것은,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기억을 가볍게 만드는 행위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연매출은 3조 원이 넘는다. 전국에 1900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
이 규모의 기업이 공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역사적 맥락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리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부서가 텀블러 시리즈 판매를 위한 캠페인을 기획했다. 세 종류의 텀블러에 각각 다른 날짜를 배정했고, 5월 18일에 "탱크"가 배정되었다.
홍보 문구로 "책상에 탁!"이 만들어졌다. 이 조합이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기획 과정에서 아무도 걸러내지 못했다.
비판이 일자 행사를 중단했고, 대표는 해임되었으며, 관련 책임자 전원이 경질되었다. 정용진 회장은 직접 사과하고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들려 했다고 볼 근거는 약하다.
그렇게 해서 마케팅 담당자가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만큼 무심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 무심함이 어디서 왔는지는 조직의 구조와 문화 안에서 찾아야 할 문제다.
Q&A
Q1. 스타벅스 탱크데이 행사는 정확히 어떤 행사였나?
스타벅스코리아가 2026년 5월 15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버디 위크" 캠페인의 일부다. 세 종류의 텀블러 시리즈를 사흘 간격으로 홍보하는 구조였고, 5월 15일은 단테데이, 5월 18일은 탱크데이, 5월 20일은 나수데이로 배정되었다. 탱크데이에는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와 "탱크 듀오 세트"를 판매했고, 홍보 문구로 "책상에 탁!"이 사용되었다.
Q2. 왜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 문제가 되었나?
5월 18일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그날 군부는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시민을 진압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죽음을 숨기려고 한 말이다. 5월 18일에 "탱크"라는 단어와 "탁!"이라는 문구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조롱하거나 가볍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왔다.
Q3. 스타벅스는 일부러 논란을 만든 것인가?
의도적 도발이라고 볼 직접적 근거는 부족하다. 마케팅 담당자가 자기 직장을 걸고 이런 논란을 일부러 만들 이유가 없다. 다만 여러 사람이 기획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조직 내부의 역사 인식 부재와 검수 구조의 실패를 보여준다.
Q4. 논란 이후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나?
같은 날 행사가 중단되었고,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사과문을 낸 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 의해 해임되었다. 다음 날 정용진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고, 마케팅을 기획하고 최종 승인한 총괄 책임자와 실무 부서장 전원을 보직 해임하거나 경질했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도 별도로 사과했다.
Q5. 2022년 정용진 멸공 논란과 이번 사건은 어떤 관계가 있나?
2022년 정용진 당시 부회장이 SNS에 "멸공"이라는 글을 올려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신세계 주가가 하루 만에 6.8% 빠졌다. 4년 뒤 같은 계열사에서 정치, 역사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마케팅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두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그룹에서 반복적으로 역사 감수성 논란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조직 문화의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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