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상 대상 받은 지 5일, 이 사람은 병원으로 갔다
5월 8일, 유해진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한 '왕과 사는 남자’의 주인공이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남자 조연상을 기대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나에게 오더라.”
객석이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5일 뒤인 5월 1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발표가 하나 나왔다. 유해진이 암 환자 치료를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었다.
대상 트로피를 들고 무대에서 내려온 사람이 다음에 간 곳이 시상식 뒤풀이가 아니라 병원 후원 창구였던 거다.
▸ 왜 하필 서울아산병원이었나
유해진과 서울아산병원의 인연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그는 의료진을 응원하겠다며 소아 환자 치료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냈다. 2023년에 또 5000만원을 추가했다. 그리고 2026년, 이번에 1억원.
누적 2억원이다. 서울아산병원 한 곳에만.
그가 이번 기부에 남긴 말은 이랬다. “많은 암환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길 소망한다.” 화려한 수식 하나 없다. 이 사람 원래 말을 이렇게 한다.
병원 측은 이 돈을 암 환자를 위한 첨단 치료 시스템과 치료 환경 개선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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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사람, 원래 돈이 없던 사람이었다
유해진의 기부가 단순히 "돈 많은 연예인의 선행"으로 소비되면 아깝다. 이 사람의 출발점을 알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충북 청주 출신.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주 지역 극단 '청년극장’에 들어갔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가고 싶었지만, 두 번 떨어졌다. 이유는 외모였다. 아버지의 반대까지 겹쳐서 충청대 의상학과에 진학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야 서울예대 연극과 95학번으로 겨우 입학했다.
졸업 후 극단 생활을 하던 시절, IMF가 터졌다. 한 방송에서 유해진이 이렇게 말한 적 있다.
“IMF? 도대체 뭐가 힘들다는 건지 몰랐어. 난 원래 바닥이었으니까. 쓰던 돈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애초에 쓸 돈이 없었거든.”
새벽 3시까지 연습하고 아침 8시에 다시 나오는 생활. 알바할 틈도 없었다. 그 시절 같은 극단에서 포스터를 붙이고, 조치원 비데 공장에서 같이 아르바이트하던 동료가 있었다.
류승룡이었다.
▸ 비데 공장 알바생 둘이 백상 대상을 나란히 받다
30년 전 비데 조립 알바를 하던 두 사람이, 2026년 5월 8일 같은 무대에 섰다. 유해진은 영화 부문 대상, 류승룡은 방송 부문 대상. 백상예술대상 62년 역사에서 같은 해 영화와 방송 대상을 30년 지기가 나란히 가져간 것이다.
류승룡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30년 전 유해진과 포스터를 붙이고 조치원 비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때가 생각난다.”
무명 시절을 함께 겪은 사람끼리 동시에 정점에 선 장면이었다. 이걸 "미담"이라고 한 줄로 정리하기엔 30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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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81만 관객, 이 숫자가 기부와 무슨 상관인가
'왕과 사는 남자’는 최종 관객 1680만 명을 넘겼다. 역대 흥행 2위다. 1위인 ‘명량’(1761만 명)과의 차이는 약 80만 명뿐이었다. 유해진 개인으로는 다섯 번째 천만 영화. ‘왕의 남자’, ‘베테랑’, ‘극한직업’, '파묘’에 이어 '왕사남’까지.
대한민국 배우 주연작 누적 관객수 1위에도 올랐다. 송강호, 하정우, 황정민보다 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다. 유해진은 백상 수상 소감에서 故 안성기 배우의 말을 꺼냈다.
“배우는 연기할 때는 물론 열심히 해야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작품이 없을 때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중요해.”
2001년 영화 ‘무사’ 촬영 현장에서 들은 말이라고 했다. 그 말을 25년째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작품이 없을 때, 즉 카메라가 꺼졌을 때 이 사람이 뭘 했는지가 기부 내역에 고스란히 찍혀 있는 셈이다.
2020년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00만원을 냈다. 2022년, 2023년 서울아산병원에 각각 5000만원씩. 2023년엔 충북도에 고향사랑기부금 최고 한도인 500만원을 기부했다. 나영석 PD에 이어 충북 최고액 기부자 2호였다.
▸ 청주 청년극장에서 왕과 사는 남자까지, 한 줄로 이어지는 것
유해진의 기부 습관과 연기 인생 사이에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있다. "자기가 왔던 곳을 잊지 않는다"는 것.
2024년, 그는 30년 만에 청주 극단 청년극장 무대에 다시 섰다. 극단 40주년 기념 공연이었다. 대학로가 아니라 청주였다. 특별 대우 없이 극단 사정에 맞춰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다. "제 뿌리이자 고향"이라고 했다.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에는 그 청년극장 출신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유해진이 자기 뿌리를 직접 영화 현장으로 데려온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기부도 같은 선상에 있다. 2022년 코로나 시기에 처음 후원한 뒤로, 매해 금액을 늘려가며 같은 병원에 꾸준히 넣었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이어간다. 극단도, 병원도, 고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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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던 사람의 1억
유해진은 백상 소감에서 또 이런 말을 했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먹고만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이게 빈말이 아니라는 걸, 그의 이력이 증명한다. 서울예대 두 번 낙방. 의상학과 졸업. 군대 갔다 와서 재도전. 졸업 후 극단에서 새벽까지 연습하며 밥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 단역만 전전하다가 '왕의 남자’로 겨우 얼굴을 알린 게 2005년,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났다. 지금 이 사람은 역대 관객 동원 1위 배우이면서, 서울아산병원에만 2억원을 기부한 사람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사람이 먹고살게 되니까, 남을 먹여 살리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정확한 요약이 있을까.
조용히, 매년, 같은 곳에. 이게 유해진이 돈을 쓰는 방식이다.
Q&A
Q1. 유해진이 서울아산병원에 기부한 총 금액은?
A1. 2022년 5000만원, 2023년 5000만원, 2026년 1억원으로 누적 2억원이다.
Q2. 이번 기부금은 어디에 사용되나?
A2. 서울아산병원 암 환자를 위한 첨단 치료 시스템 구축 및 치료 환경 개선에 쓰인다.
Q3. 유해진이 백상예술대상에서 받은 상은?
A3.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왕과 사는 남자’로 수상했다.
Q4. ‘왕과 사는 남자’ 최종 관객수는?
A4. 약 1680만 명으로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했다.
Q5. 유해진의 천만 영화는 총 몇 편인가?
A5. 왕의 남자, 베테랑, 극한직업, 파묘, 왕과 사는 남자까지 총 5편이다.
참고자료
- 뉴시스 – 유해진, 아산병원에 1억 쾌척 원문 기사 – 이번 기부의 구체적 내용과 병원 측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 중앙일보 – 유해진·류승룡 백상 대상 동반 수상 –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전체 수상 결과와 수상 소감 전문.
- 미디어펜 – 30년 친구 유해진과 류승룡의 백상 대상 – 비데 공장 알바 시절부터 대상까지의 30년 우정 이야기.
- 스포츠조선 – 유해진 “IMF? 난 원래 바닥” 무명 시절 인터뷰 – 유해진의 극단 시절 생활고를 직접 증언한 방송 내용.
- 나무위키 – 왕과 사는 남자 흥행 기록 – 1680만 관객 달성까지의 주차별 흥행 데이터 전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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