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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고생 살해범, 이틀 전 스토킹 신고가 있었는데 왜 막지 못했나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범행 이틀 전 스토킹 신고가 있었다. 경찰은 "연락이 안 닿아서" 현장 종결했고, 그 사이 장윤기는 칼 두 자루를 들고 거리를 배회했다. 

48시간 뒤 열일곱 살 여학생이 죽었다. "사는 게 재미없었다"고 했지만, 피 묻은 옷을 세탁하고, 흉기를 배수로에 숨기고, 택시를 갈아타며 도주했다. 죽으려던 사람의 행동이 아니다.

5월 5일 자정, 광주 첨단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어린이날이었다. 2026년 5월 5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 보행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고2 여학생 A양(17)이 칼에 찔렸다. 범인은 장윤기(24).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A양은 목 부위를 수차례 찔려 현장에서 숨졌다. 사인은 경부 자창.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찔림이다. 비명을 듣고 도로 건너편에서 달려온 같은 학년 남학생 B군(17)도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B군과 A양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냥 비명이 들려서 뛰어간 거다.

응급구조사가 꿈이었다는 A양.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겠다던 열일곱 살이, 자정 넘은 귀갓길에서 이유 없이 죽었다.

범인은 왜 그 자리에 있었나


장윤기는 그날 처음 칼을 꺼낸 게 아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 이틀 전인 5월 3일부터 주방용 칼 두 자루를 들고 광주 첨단지구 일대를 배회했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걸어다니기도 했다.

흉기 두 자루 중 하나는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상태였다. 범행에 쓰인 건 한 자루. 나머지 한 자루는 왜 가지고 다녔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A양을 차로 앞지른 뒤 정차하고 기다렸다가 범행했다. CCTV와 거리가 먼 샛길 초입. 자기 집 근처라 지리를 꿰고 있는 장소였다. "충동적으로 했다"는 그의 진술과, 피해자의 동선을 예측해서 앞질러간 행동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경찰도 이 지점을 주목하고 있다.

스토킹 신고가 있었는데,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나

여기서 이야기가 꼬인다. 범행 이틀 전인 5월 3일, 장윤기는 이미 경찰에 신고된 사람이었다.

신고한 사람은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외국인 여성 A씨. 이사를 준비하던 그녀는 장윤기가 집 앞을 서성이자 112에 전화했다. 장윤기는 "광주를 떠나지 말라"고 했고, 실랑이 과정에서 가벼운 폭행까지 있었다. 출동한 경찰관은 A씨 몸에서 긁힌 자국을 확인했다.

그런데 A씨가 "곧 이사 갈 거다, 나중에 고소장을 내겠다"고 했고, 장윤기 본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경찰은 그대로 현장 종결 처리했다. 이삿짐 옮기는 것까지 동행해주고 끝. 다음 날인 4일, A씨는 경북 칠곡경찰서에 성범죄와 스토킹 피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 장윤기는 전혀 다른 사람을 죽였다.

스토킹 신고 이후부터 범행까지의 48시간. 이 사이에 장윤기는 흉기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만약 그때 경찰이 장윤기의 소재를 파악하고 접촉했다면, A양은 살아 있었을까. 이건 가정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사는 게 재미없었다"는 말, 진짜 믿어도 되나

장윤기의 반복 진술은 이렇다. “사는 게 재미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다 범행을 결심했다. 누군가를 데리고 가려 했다.”

그런데 행동은 달랐다. 범행 후 그는 도주했다. 무인세탁소에 들러 피 묻은 점퍼를 빨았다. 범행 도구를 배수로에 숨겼다. 택시를 여러 번 갈아탔고, 빈 원룸에 침입해 쉬었다. 휴대전화 한 대는 미리 영산강에 버렸다. 죽으려던 사람 치고는 증거 인멸에 지나치게 충실했다.

"번개탄 택배를 챙기러 집에 가던 중"이라고 했지만 체포까지 11시간 동안 자살 시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경찰도 이 모순을 인식하고 있고,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그는 "여학생인 줄 알고 한 게 아니다, 계획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면 조금 더 윤곽이 잡힐 것이다.

사이코패스 검사를 했다는 건 뭘 의미하나

경찰은 장윤기에게 PCL-R 검사를 실시했다. 이건 반사회적 인격장애,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측정하는 표준 도구다. 쉽게 말하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얼마나 없는지, 죄책감을 느끼는지, 남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있는지를 수치로 뽑아내는 검사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sBbGDfXEUjY

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장 김은배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살해했으면 당황하거나 그 느낌이 있어야 되는데, 장씨는 평상시처럼 행동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반사회적 경향이 있다.” 범행 당시 음주나 약물은 없었고, 정신질환 치료 이력도 없었다. 분노를 표출하고도 죄책감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매우 농후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경찰이 장윤기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을 때, 집 안의 상태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장 수사관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할 수 있었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였다.

물론 사이코패스라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핵심은 그게 아니다. 동기가 불분명한 범죄는 사전에 예방하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 그래서 스토킹 신고 같은 사전 신호를 잡아내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이다. 학폭 피해도 부모가 몰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던 권오중 아들 사건처럼, 신호는 있었는데 아무도 잡아내지 못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비명을 듣고 뛰어간 남학생, 그 용기는 어떻게 되나

B군은 A양과 같은 학년이었지만 서로 몰랐다. 도로 건너편에서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려서 뛰어갔을 뿐이다. 처음엔 온라인에서 "여자친구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을 살리려고 칼 든 남자한테 뛰어든 거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광산구는 B군에 대해 의상자 인정 청구를 직권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의상자란 타인을 구하려다 자신이 다친 사람에게 국가가 예우하는 제도다. 인정되면 치료비 지원과 보상금이 지급된다.

자정 넘은 거리에서 비명을 듣고 뛰어가는 열일곱 살이 있었다는 것. 이건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사람 냄새가 나는 부분이다. 누군가의 비겁함이 만든 참사 속에서, 누군가의 용기가 남아 있었다.

신상 공개는 왜 14일까지 미뤄졌나

광주경찰청은 5월 8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장윤기의 이름, 나이, 머그샷 공개를 의결했다. 광주경찰청 역사상 처음 있는 흉악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이었다.


그런데 장윤기가 동의를 거부했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서면 동의를 하지 않으면 최소 5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공식 공개일이 14일로 밀렸고, 14일 오전 9시부터 6월 12일까지 30일간 광주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문제는 그 5일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심의 결정 당일부터 장윤기의 실명과 얼굴 사진, 청소년 시절 사진, 심지어 가족의 직업까지 온라인에 퍼졌다.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함께 돌았다.

"공적 절차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과 "검증 안 된 정보 확산은 또 다른 폭력"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신상 공개에 5일이 걸리는 법 구조와, 열일곱 살이 이유 없이 죽은 현실 사이에서 사람들의 분노가 제도보다 먼저 움직인 셈이다.

추모 현장에 남은 것들


7일, A양의 발인이 치러졌다. 응급구조사가 되겠다던 딸의 영정 앞에서 아버지는 운구차를 바라보다 주저앉았다. 유가족의 오열은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다.

사건 현장인 월계동 보행로에는 시민들이 국화꽃과 음료수, 과자를 놓았다. 노란 리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잊지 않겠습니다.” “어떡하니 아가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A양의 친구들은 눈물의 호소를 했다. “친구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한 친구는 이렇게 적었다. “그 피해자는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자,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를 꿈꾸며 타인을 돕는 삶을 살고 싶어 했던, 제 가장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이 사건이 남기는 진짜 질문

"사는 게 재미없었다"는 한마디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회. 스토킹 신고를 받고도 “연락이 안 닿아서” 종결하는 시스템. 이틀 뒤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을 아무도 포착하지 못하는 구조.

이건 장윤기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2024년 순천 조례동 살인 사건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사회와 단절된 20대 남성이, 뚜렷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을 드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2023년 수도권 묻지마 범죄 이후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만들었지만, 이번 사건에서 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성명에서 말했다. “청소년들이 일상 공간에서조차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현실은 사회 안전망의 붕괴를 보여준다.” 밤 12시에 집으로 걸어가는 열일곱 살이 안전하지 않다면, 안전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장윤기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영산강에 버렸다는 휴대전화 수색, 디지털 포렌식, 추가 범행 계획 여부, 스토킹 사건과의 연관성 규명. 밝혀질 것은 아직 많다.

그러나 이미 밝혀진 것만으로도, 이건 한 명의 괴물이 저지른 사고가 아니라 여러 겹의 시스템이 동시에 무너진 결과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Q&A


Q1. 광주 여고생 살해범은 누구인가?

장윤기(24). 광주 광산구 월계동 원룸에 거주하던 남성으로, 2026년 5월 5일 새벽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하고 남고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Q2. 범행 동기는 무엇인가?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없었고, 자살을 고민하다 누군가를 데리고 가려 했다"고 반복 진술하고 있다. 다만 범행 전후 증거 인멸 행위 등으로 계획범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Q3. 스토킹 신고와 이 사건은 관련이 있나?

범행 이틀 전인 5월 3일, 장윤기의 아르바이트 동료 외국인 여성이 스토킹 피해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 종결 처리했고, 이후 장윤기는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다 범행에 이르렀다. 두 사건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Q4. 피해자를 구하려던 남학생은 어떻게 됐나?

생명에 지장은 없다. 광산구가 의상자 인정 청구를 직권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Q5. 신상 공개는 언제 이루어지나?

5월 14일 오전 9시부터 6월 12일까지 30일간 광주경찰청 홈페이지에 이름, 나이, 머그샷이 공개된다. 단, 공식 공개 전 이미 온라인에서 신상이 확산된 상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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